나도 시어머니가 되었다...
큰 아들이 결혼한 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봄에 예식장을 예약하면서 부터 아들의 결혼식은 내게 커다란 숙제였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가 아닌가~!
주일날 교회에 가서 앉으면 벌써 아들의 결혼식이 무사히 어려움없이 잘 치뤄지길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었었다.
또 아들에게 수없이 당부했다.
'결혼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잘해야 한다.'
'아내에게 신뢰감을 잃지 않도록 책임감있게 행동해야 한다.'
'맞벌이를 하면 색시가 힘드니까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한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야 할 아들이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단풍이 아름답게 옷을 입던 시월에 나는 시어머니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내게 묻는다.
며느리를 보니 좋으냐고...
난 환하게 웃으며 좋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또 사람들은 묻는다.
며느리를 보는것과 사위를 보는것이 어떻게 다르냐고...
그때서야 나는 조금 생각했다.
무엇이 다르지~?
내 가족들 속으로 남의 집 자식이었던 사위가 들어 오고, 며느리가 들어 왔다.
사위를 보았을때도 왠지 쑥스럽고 멋적었던 느낌들이 며느리때도 똑같이 들었다.
애써 태연한 척 하였지만 좋으면서도 아직은 서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가족관계가 생길때마다 삶에 활력이 생기는 것은 틀림없다.
사위가 장모님, 어머님, 하고 부를때에도,
며느리가 어머니 라고 부를때에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좋으니까...^^
울 며느리는 보기보다 애교가 많다.
가끔 전화로 안부도 물어 주고,
보내준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카톡도 보내주고,
감기기운이 있는 내게 내복도 사다주고, 어떠시냐고 물어 주기도 하고....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 이제 내가 정말 시어머니가 되었구나~!
나도 울 며느리에게 사랑을 듬뿍 주어야 될텐데 어떻게 해야 되지~?
무언가 줄 것이 없나 두리번 거리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그전에 친정을 가면 친정어머니가 딸보다도 며느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걸 보고 의아했는데
지금 나는 울 친정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딸이 결혼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땐 나도 아직 젊어서 사위를 보는 것이 더 쑥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울 사위는 처가를 좋아했다.
지금도 처가에 오면 자고 가려고 몸을 쓴다.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한번 오면 처남들이랑 소주도 한잔 먹고 싶고,
장인어른에게 약주 한잔 올리고 싶어서 자고 가려고 하는 이쁜 사위이다.
울 아들도 처가에 가서 그렇게 아들처럼 잘해야 할텐데...
따님을 떠나 보내며 눈시울이 젓던 사부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짜안하다.
딸을 보냈다는 생각보다 식구가 하나 더 생겼다는 마음을 가지시면 좋겠다.
볼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 오는 중에 며느리가 카톡을 보냈다.
'어머님~~~'
'뭐하고 계세요~~'
'저는 퇴근중이에용..'
길에 있는 바람에 카톡을 놓치고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야 보고 답을 했다.
이런 작은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난 시어머니가 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