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며...
벌초하러 갔다가 본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상처자국들~ 본문
태풍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향해 달려오고 있을때
난 가족들과 울진 백암에 있었다.
그곳에서는 전혀 태풍의 기미를 느낄 수가 없었고
우리가족들은 그렇게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게 됨을 감사했었다.
원래 상경하려는 날짜가 8월 28일 화요일이었는데
태풍 볼라벤이 서해안으로 올라오며
서울과 수도권까지 영향권에 든다고 하여 하루 더 주저 앉았다.
태풍이 지나가고 있다니 바람도 세게 불태고, 비도 많이 뿌려 될텐데
사위에게 많은 식구를 태우고 빗속을 운전하며 먼길을 가게 한다는 것이 내키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수요일(29일) 서울에 올라와
금요일 친정아버님 추도예배를 드린 뒤
토요일(9월1일)엔 벌초를 하러 가기 위해 시댁의 고향인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으로 내려 갔다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집안 사람들과 고향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모처럼 아들 둘을 다 데리고 고향에 벌초를 가는 남편은 소풍나온 사람처럼 들떠 보였다.
토요일이어선지 도로가 조금 밀려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였다.
먼저 도착한 시동생과 고향에 살고 있는 사촌 큰시동생,
그리고 도시에 나가 살고 있는 다른 사촌 시동생들이 두사람 더 와서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6기나 되는 산소가 벌써 벌초가 다 되어 있었다.
민망하였지만 준비해간 것들을 산소 앞에 놓고 어른들께 인사부터 하였다.
그리고 옆의 과수원에서 일하는 육촌 시동생까지 불러 과일과 함께 소주와 막걸리를 한잔씩 하였다.
그러면서 나누는 대화의 중심 소재는 이번 태풍 볼라벤의 피해였다.
이번 추석에 출하하려고 했던 사과들이 모두 낙과 되어 상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도 장난치는 두 형제들~^^*
아버님, 어머님, 시동생 그리고 할머니 한분을 뵙고 내려오다가
과수원하는 다른 육촌을 만났다.
육촌 동서는 나를 보자 마자 이번 태풍땜에 망햇다고 한탄을 한다.
사과 400상자를 갖다 버리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출하하게 된다면 15kg 한상자에 10만원은 너끈히 받을 수 있는 상품(上品)사과를
400상자가 넘는 것을 갖다 주고 200만원 남짓 받았다고 푸념을 하는데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육촌시동생은 내년에는 농사짓는 것도 보험을 들어야 겠다고 혼잣말처럼 되뇌는데...
그런 경황 중에도 서울서 온 손님이라고 포도즙 짜놓은것을 마시라고 손에 쥐어 주는데
참으로 미안했다...
그전 같으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달려 있었던 사과나무에 사과가 드문드문 달려 있는 모습이다.
다음날 아침 아들과 함께 조금 먼곳에 계신 할머니산소를 찾아 뵈었다.
저수지앞에 자리하고 계시는데 혼자 가본 것은 처음이라 몇번 헤메다 찾아 갔더니
그곳도 예외없이 태풍으로 망가져 있었다.
산소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 곳으로 물이 쏱아져 내렸는지
커다란 돌들이 하얗게 이빨을 드러내고 아무렇게 쏱아져 있었다.
간신히 조심 조심 올라가 할머니를 뵙고 내려왔다.
내가 잘 내려오나 돌아보는 울 아들~ㅋ
할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
논에서 벼를 세우는 노부부를 뵙게 되었다.
아무 탈없이 잘 여물어가고 있는 벼들도 있건만
이 노인들의 논에 벼들은 쓰러져 세우고 계시는데 너무 안타까워 차를 세우고 바라보니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보신다.
"서울서 왔는데 벼를 세우시는 것을 보니 안타까워 보았어요~!"
내가 대답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께서 푸념을 하신다.
이렇게 벼가 쓰러졌는데도 정부에서 보상을 안해준다고 하시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푸념을 들은척도 않고 말없이 벼만 세우고 계시는데
그 속이 얼마나 아플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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