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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想

[영화감상] 광해, 왕이 된 남자

노미킴 2012. 10. 4. 01:28

추석날 보려고 했던 영화를 어제서야 보았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벌써 보았다고 하고,

울 동서는 차례준비 끝내고 영화나 한편 보러 가자니까

많이 피곤한지 일찍 자겠다고 한다.

 

벌써 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입소문으로 뒷말이 별로 없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광해군의 역사속에 다른 왕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보름동안(15일)만...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진 역사 15일~!

광해군 8년 2월 28일,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

라는 말을 끝으로 15일동안의 광해군의 행적이 사라져 버리고 없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 추창민 감독의 상상력이 날개를 편다.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광해군은 언제나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들에 대한 불안으로 잠못들고,

급기야는 병이 든다.

그것이 정적의 계획이라고 해두자...

 

 

그때 아무도 모르게 귀신도 모르게 왕과 닮은 사람을(하선) 왕대신 앉혀 두고

광해군은 병의 치료차 15일간 궁을 비운다.

 

 

누구라도 왕의 자리에 앉혀 놓으면 어느새 왕이 되는데

거기다 일반 서민의 애환을 풀어내는 놀이꾼을 앉혀 놓았으니

더더욱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왕노릇을 하게 된건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정치꾼들은 국민의 뜻보다 자신들의 당리당략이 우선이니

가짜왕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에라 모르겠다 내가 왕인데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해보자...ㅎㅎㅎ

 

 

보는이가 속시원하게 해붙이는 가짜왕의 왕노릇에

가짜왕은 정말 진짜왕이 되고 싶었다.

국민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겨 났기 때문에...

 

 그도 왕에 이력이 생기면 그전의 왕처럼 되진 않을까...?

 

 

이런 상상력 속에 태어난  

궁궐의 법도를 모르는 서민왕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영화를 보는 동안 유쾌하게 웃게 해주어 즐거웠던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도 흥미로운데

그 흥미로운 내용을 받쳐주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아 더욱 재미가 있던 영화였다.

 

 

 

 

 

 

광해군과 가짜왕 하선의 일인 이역을 훌륭하게 소화내 내는 이병헌이 있어

이 영화는 더더욱 빛나 보였다.

 

이병헌을 처음 드라마에서 만났을때 하얀 이를 다 드러내고 웃는 그 모습에서

참 촌스런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촌스러운 남자다.

세련된 옷을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하여도 내 눈에는 투박한 촌남자같은 인상을 준다.

 

웃는 모습에서 진심이 읽히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하선(이병헌)을 가짜왕 노릇을 하게 만드는 허균역의 류승룡도 좋았다.

(내 아내의 모든것)에서는 전설의 카사노바로 분해 코믹연기를 보여 주었던 그가

이번엔 자신은 한번도 웃지 않으면서 우리를 웃게 해주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또 하나의 왕을 만들고 있었다.

 

 

 

 

 

동이, 찬란한 유산에 출연하였던 한효주가 중전을 맡았다.

여태와는 다른 중전으로서의 품위를 갖춘 비운의 왕비역할을 잘 소화하였다.

그러나 왠지 조금 허전한 느낌은 뭘까~?

 

 

 

 

영화 <도가니>에서는 악랄한 쌍둥이 교장 선생님으로 나왔던 장광이

조내관으로 분하여 가짜왕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며 도와주는데

<도가니>에서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연기를 잘 하였다.

 

 

 

 

 

<해운대>에 나와서 우리를 웃게 했던 김인권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강직한 왕의 호위무사로서 가짜왕을 호위하면서

이상한 낌새를 채고 끊임없이 왕을 의심하는 호위무사 도부장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그도 결국엔 가짜왕을 위해 싸우며 

"너희에겐 가짜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진짜다." 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영화 <써니>에 출연했던 심은경이 사월이역을 맡아

차분하게 '기미나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내었다.

 

 

 

 

 

12년만에 영화에 나온 김명곤은 광해군을 반대하는 박충서역을 맡아

감초역할을 무게 있게 잘 해주었고...

 

 

이 영화가 갖는 정치적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곧 대선이 다가오니 대선후보들이 이 영화를 한번씩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조선시대때나 지금이나 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문제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것을 국민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본다면 하는 어떨까하는 점에서

 

왕이 아닌 서민이 왕이 되어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자

발끈하여 소신껏 명을 내리는 장면에서 속이 다 시원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대전의 나인들이

왕이 음식을 남겨야만 그 남은 음식으로 요기를 한다는 것이 정말인지...?

웃으며 보았지만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제일 크게 웃었던 것은 역시 가짜왕이 매화틀을 갖다 놓고 큰일을 보는 장면이다.

나인들이 비단을 들고와서 뒷처리를 해주려고 할 때

당황하여 뿌리치던 가짜왕과 나인들의 행동을 보며 맘껏 웃었다.

 

물론 나중에 궁밖으로 쫒겨나오며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될 때는

가짜왕 하선이 안되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보고 나니 추석 연휴가 잘 마무리 된듯한 느낌이다....